|
막장으로 치닫는 한국영화계
바른 매체는 타블로이드가 아니다. 매체는 자신이 다루는 정보가 대중에 미칠 영향력에 대해 충분히 숙고해야 하며, 책임감을 갖고 보도해야 한다. 여기에서 데스크의 역할이 중요해진다. 객관적이고 공정한 사실이라고 하더라도 다루지 않는 것이 옳다고 데스크가 판단하면 그 정보는 보도되지 않는다. 기고글이라 해도 마찬가지. 외부필진의 글은 매체의 입장과 다소 배치된다고 하더라도 어느정도 관용하는 것이 보편적이지만, 매체가 책임질 수 없거나 함량미달이라고 판단되는 글은 싣지 않는다. 문제의 백자단평은, 악플논란을 떠나 그 이전에 함량미달이다. 적어도 내가 생각하는 씨네21은 단평이라고 하기도 민망한 이런 수준의 끄적임을 그대로 실을만큼 격없는 잡지는 아니다. 그러나 씨네21은 경솔하게도 이 단평을 그대로 올렸고, 제작사의 항의를 받고는 내렸다. 편집장의 해명에 의하면, 담당기자의 백자평도 안 올라온 상태에서 문제의 단평만이 올라와 있었기 때문에 그것이 씨네21의 공식입장처럼 여겨질 수 있어 일단 내렸으며 다른 기사들이 준비되면 형식을 갖추어 다시 올릴 예정이란다. 중언이지만, 기고글의 게재는 전적으로 데스크의 판단이다. 그럼에도 자신의 기고글이 부당하게 내려졌다고 생각될 때에는 어떤 행동을 취하는 것이 합당한가. 먼저 데스크에 내 글을 왜 내렸는지에 대한 정당한 해명을 요구해야 한다. 그러나 익스트림 무비는 가장 치졸한 방법을 택했다. 겨우 백자단평 하나 내린 것을 가지고 삼성의 거대권력에 야합한 시사저널을 빗대며 "한국영화계가 막장으로 치닫고 있다" "추잡한 짓거리"나 하고, "썩어도 제대로 썩었다"고 소리높여 비난한 것이다. 만약 익스트림무비가 하나의 '매체'로서의 자의식을 갖고 있다면, 이것이야말로 매체의 도리를 저버린 짓이다. 이런 선동은 매체가 아니라 타블로이드나 하는 짓이다. 고작 자기 분풀이나 하자고 자신의 영향력을 함부로 휘두르는 것은 매체가 아니다. 어떤 매체건 "기사를 내리는" 일은 드문 것이 아니다. 그렇다면 어떤 경우에 기사를 내리는 것이 "추잡한 짓거리"가 되는가. 그것은 관련자의 항의가 들어왔을 때에 데스크가 소신을 갖고 지켜내야 할 만큼 해당 기사가 중요한 가치를 담고 있었을 때이다. 시사저널의 건과 근본적으로 다른 부분이 여기에 있다. 익스트림의 백자평은 지켜내야할 만한 중요한 가치를 갖고 있는 보도인가? 전혀 그렇지 않다. 오히려 이 백자단평이 단독으로 게재되었을 때에 공정성을 의심받을 수도 있는 정보이다. 항의를 받고서도 이 기사를 그대로 두는 것이야말로 편집자의 책임을 망기하는 일일 것이다. 서슬퍼런 글이 멋적게도, 씨네21 측은 정중한 해명의 글을 보내왔다. 그렇다면 글쓴이는, 편집자의 공식적인 입장도 듣지 않고서 영화계와 해당 잡지를 싸잡아 매도하는 선동적인 글을 썼다는 이야기인가? '매체의 본분' 운운하는 사람이 취하는 태도가 이런 것인가? 익스트림무비가 '인터넷매체'를 지향한다면, 해당글을 내리고 정중한 사과의 글을 올리는 것이 마땅하다. 정황파악도 제대로 하지 않은 채 자기 분풀이를 위해 원색적 비난이나 해대면서 그에 대한 책임조차 지지 않으려 한다면, 익스트림무비는 아마추어판 타블로이드일 뿐, 언제까지고 '매체'로서의 대접은 받을 수 없다.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