납득 가능한 수준
유시민은 지난겨울의 백분토론에서 나경원에게 '우리는 그렇게 하지 않았다' 라고 말했다. 그것은 아마도 '정의' 나 '합리' 를 말한 것은 아닐 것이다. 다만, 서로에게 '납득 가능한 수준인가' 를 이야기한 것이다.


'서로 납득 가능한 수준' 이라는 것은 누가 정하나. 이럴 때 우리가 이야기하는 것은, 누구나 동의할 수 있는 지점, 즉 '상식' 이다. 그런데 과연, 내가 상식이라고 믿는 것과, 네가 믿는 그것은 같은 것인가. 예컨대, "김제동도, 손석희도 아웃이라니. 지금이 박정희시대인가" 라는 물음에, "쥐도새도 모르게 남산으로 끌고가는 것도 아니고, 무슨무슨 교육대에 집어넣는 것도 아니고, 그저 방송에서 미운꼴 안 보자는 것 뿐인데, 그쯤은 납득해야 하지 않나" 라고 반문해올지도 모른다는 것이다. '영광인줄 알아 이거뜨라...' 다.


마찬가지로 우리는 김대중이 합리적인 정치인이었다고, 노무현이 좀더 좌로 가지 못해 유감이라고 생각하지만, 누군가에게 이 두 전대통령은 평생을 피땀흘려 쌓아올린 것을 날로 빼앗아가려는 빨갱이같은 존재로 받아들여진다. 이렇게 생각하면 서로에게 '납득 가능한 수준' 이라는 것은 신기루같은 것이다. 상식이라는 것이 최소한의 동의 위에서 기능하는 것인데, 이래서야 상식은 상식이 아닌 것이 되어버리고, "동의는 할 수 없더라도 최소한 납득은 할 수 있게 해줘야 할 거 아냐." 라고 말하는것은, 투정이 된다. 내가 납득 못하는 만큼, 상대방도 나를 납득 못한다면, 그것은 어느 의미에서는 공평한 것일 지도 모른다. 이렇게 생각하다 보면, 어느정도 납득이 가기도 한다. 납득이 간다.
by hjblue | 2009/10/13 10:22 | etc | 트랙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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